서덜랜드 Hubble

         

        아날로그, 그 현대적 해석

         

        배터리 구동으로 노이즈를 완전히 없앤 현대적인 포노앰프

         

        미국의 오디오메이커 서덜랜드에서 신작 포노앰프 허블을 내놓았다. 기존 플래그쉽 제품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Ph. D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가장 큰 특징은 건전지로 전원을 공급한다는 것. 미세한 신호를 다루는 아날로그의 RIAA 증폭과정에 교류전기를 사용할 때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노이즈, 왜곡등을 완전히 없애버린다는 것이 본 기기의 출발점인 셈이다.

        전면부 우측에 조그마한 토글스위치로 동작되는데 선택에 따라 작동시간을 한 시간에서 세 시간까지 조정할 수 있다. 전작 Ph.D는 카트리지에서 음악신호가 들어오면 전원부가 자동으로 켜지는 식이었는데 이번 업그레이드 버전에서는 좀더 사용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는것으로 판단된다.

        내부는 전작 Ph.D와달리 모노기관 2개를 2층으로 올려놓았다는 점과, 과거 좌우로 나누어 놓았던 건전지를 한쪽에 몰아놓은 것이 다르다. 건전지는 D 사이즈 알카라인 배터리를 16개 사용하며 사용시간은 약 1,000시간이다. 다시 말해서 하루에 약 2시간정도, LP로 말하면 두장 정도씩 음악을 듣는다고하면 최소한 1년정도는 배터리 수명을 신경쓰지않고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회로에 들어간 부품을 대강 훑어보니 초호화판이라고나 할까. 소재의 성능이 좋다고 알려져있는 화이버글래스 기관에비세이저항, 비마캐퍼시터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기관의 측면에는 게인과 임피던스 로딩을 각각 4단계, 7단계로 조절하는 착탈식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가 제공되어 있는데 로딩의 경우 아무것도 넣지않을 경우 47.5Kg로 설정되어 있다. 한편 게인의 경우 45, 50, 55, 60db 옵션이 제공되는데 전작과 마찬가지로 하이게인카드가 별도로 제공될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는 현재 마이크로 세이키 1500, 디피에스 2, 토렌스 124Mk2, 가라드 301등의 턴테이블, SME, 이케다, FR, 오르트폰, 네임 아로 등 의 톤암, 그리고 SPU, EMT, 데논, 이케다 계통의 카트리지를 갖고 다양한 조합을 만들면서 아날로그를 구사하고 있다. 포노앰프도 지난 10년간 레퍼런스로 사용 중인 SME, SPA1HL, 럭스만의 빈티지 명기 E-06, 마란츠 7회로로 만든 KTS 소네트 등을 사용 중이다.

         

        사운드퀄러티

        일단 서덜랜드의 허블을 토렌스 124MK2, SME, 3010R 골드, SPU 시너지의 조합에다가 연결해 보니 깨끗하면서도 디테일이 선명한 소리가 인상 깊었는데, 살집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근육이 잘 발달된 소리라 판단된다. SPU의 현대성을 부각해서 보여주는 소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는 호불호로 갈릴듯하다. SPU 시너지 자체가 과거 SPU 사운드와는 다소 거리가있는 소리를 내주는데, 여기에 허블과의 조합은 현대성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소리였다. 조탁이 잘되는 훌륭한 소리였지만 SPU의 전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한편 게인을 45db로 낮추고 오르토폰 T30 트랜스포머를 연결해서 들어보니 좀 더 SPU 본연의 소리가 난다. 상당히 정제된 소노리티에 세부 조탁이 훌륭한 소이였는데 SPU는 역시 트랜스를 통해서 들어야 한다는 "진리"가 다시금 증명되는 셈이다. 아무튼 MM단으로 사용하는 허블의 소리가 실로 매력적이다. 진공관 계통의 아날로그 증폭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소 냉정한 소리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전기 잡음과 험에서 완전히 해방된 허블의 소리는 아날로그 팬이라면 반드시 들어보아야하는 소리라고 생각된다.

         

        필자의 경험 상 트랜스를 사용하지 않는 증폭에 있어서 유리한것은 하이 임피던스 카트리지다.그래서 마이크로 1500, 오르트폰의 신작 톤암RD212D에다가 EMT 구형 XSD-15 카트리지를 썼는데 60db 게인카드에 4.75옴 저항을 들어서 끼워보니 훌륭한 소리를 내주었다. 내친김에 욕심이 나서, 여기에 약간의 살집을 주기위해 같은 EMT 계열인 토렌스의 MCH-II 카트리지를 매칭해 보니 과부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진정 완성도가 높은 소리를 들려준다. 아바도가 지휘한 말러교황곡 1번과 4번을 들어보니 아바도 특유의 쌉싸래한 하모니를 잘 드러내줄 뿐만아니라 두 오케스트라의 서로 다른 묘한 배음 성분까지도 세부적으로 치밀하게 그려내어 준다. 미국에 살면서 시카고 교향악단의 연주회를 자주 다녔던 필자로써, 1번 교향곡 3악장 서두 콘트라베이스 연주 속에서 엿보이는 컨서트홀의 공간감 그리고 배경 간접음을 훌륭하게 묘사하는것은 실로 경이로웠다. 이런 정도의 디테일을 아무렇지 않게 그려내는 포노앰프는 흔하지 않다.  필자가 과거 EMT930 턴테이블 시스템을 사용할 때 155st 포노앰프 모듈의 완성도가 가장 큰 불만이었는데, EMT 팬들은 그 대체품으로서 서덜랜드 허블을 꼭 한번 들어보시길.허블 망원경은 우주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는, 인류의 우주탐구 최전선에 위치하는 소중한 기계이다. 서덜랜드의 포노앰프도, 아직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아날로그 재생세계에서 비슷한 위치로 자리매김하는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날로그 팬들에게 꼭 일청을 권하고 싶다.   - 혀영호-    하이파이쵸이스 2009. 08

         

        HUBBLE 배터리 구동 포노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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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이석진

        등록일
        2013-12-03 18:13
        조회
        1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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