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리서치 레퍼런스 3 프리, 210 모노파워

        오디오리서치 레퍼런스 3 프리, 210 모노파워이종학
         

        1949년, 미국의 한 젊은이가 상업적인 판매를 목적으로 앰프를 만든다. 트라이오드 접속에 커플드 트랜스포머 방식인 이 앰프는 당시로서 드문 전원부 분리형이었다. 2년 후, 그는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는데, 그게 바로 일렉트로닉 인더스트리즈. 무척 평범한 이름이지만 그 내용은 알찼다. 주로 다이나코 앰프를 개량하거나 수리하는 쪽으로 일을 했다. 이후 60년대엔 각종 오디오를 파는 숍도 병행했는데, 그 사이 그는 오디오에 관련한 많은 특허를 취득하기에 이른다. 결국 68년, 피플 컴퍼니가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되고, 그 조건 속에는 그가 취득한 특허권을 사용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회사를 나오고, 1970년에 창업한 회사가 바로 오디오리서치다. 새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흔히 하이엔드의 시작을 마크 레빈슨으로 꼽고, 댄 다고스티노, 넬슨 패스, 제프 롤랜드 등의 이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진정한 시작은 오디오리서치의 창업자 윌리엄 Z. 존슨(애칭은 빌 존슨)에게 소급되어야 할 것이다. 당시 그는 솔리드스테이트가 주류를 이루는 시장에서 거의 독보적으로 진공관식 앰프를 만들었고, 심지어 저 임피던스로 악명을 떨치던 마그네판 스피커의 디스트리뷰터 노릇을 할 정도로 이 스피커를 완벽 구동하는 실력을 보여줬다. 빌이 가진 특허 중에는 정전형 바이폴라 스피커에 대한 것도 있으니, 그가 얼마나 오디오 테크놀로지에 밝은 사람인지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고 하겠다.

        사실 오디오리서치는 외관만 봐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거의 디자인이 같기 때문이다. 그 최초의 모델은 SP6라는 프리앰프로서 1978년에 출시된 바 있다. 이후 약 30여 년간 같은 컨셉의 디자인으로 내용만 쇄신하는 쪽으로 발전해왔으니 빌의 고집 하나는 알아줘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런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 이번에 소개할 레퍼런스 3 프리앰프와 레퍼런스 210 파워 앰프에 이르렀으니, 반세기가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앰프를 만들어온 빌 존슨의 장인 정신에 큰 절이라도 올려야 할 판이다.



        참고로 오디오리서치의 시청실은 큰 것과 작은 것이 있는데, 모두 윌슨 오디오의 제품을 쓰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하나는 그랜드슬램, 또 하나는 와트퍼피6. 사실 현대 스피커의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줘도 무방한 윌슨이지만, 그것을 구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런 악동(?)을 유유자적 구동하는 오디오리서치를 보면,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의 기상을 과시하는 거인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엄청난 사운드 스테이지에 깨끗한 뒷배경, 개개 악기의 빼어난 질감, 사실적인 보이스, 거기에 한없는 투명함까지 그야말로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가 보여줘야 할 경지를 두루 갖췄다고나 할까 ?

        일전에 필자는 여러 진공관 앰프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마라톤 시청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각종 인티에서부터 분리형을 섭렵하다 문득 레퍼런스 3와 210의 조합이 나왔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갑자기 시청실이 커진 듯 사운드 스테이지가 거대하게 활짝 펼쳐지는데, 마치 「늑대와 춤을」에 나왔던 장대한 들판이 연상되었던 것이다. 물론 과장은 섞였지만, 그때의 기분이 그랬다. 그러면서도 음 하나하나가 거칠지 않고 빼어난 투명도와 질감을 갖고 있으면서 짙은 음악적인 감흥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역시 오디오리서치구나 탄복을 했던 것이다. 이번에 또 기회가 되어 자세히 시청하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 흥분이 된다.

        우선 레퍼런스 3라는 프리앰프부터 보자. 이 제품은 SP라던가 LS 시리즈로 나왔던 동사의 프리앰프 라인에서 기념비적인 플래그쉽 모델의 자리를 점하고 있다. 특히, 98년에 등장한 레퍼런스 2의 경우, 뉴 밀레니엄을 앞둔 시점에서 향후 진공관 프리앰프가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를 보여준 하나의 케이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쇼킹 그 자체였다. 무슨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처럼 샤프하면서 고운 음상을 가진 이 프리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매니아들의 화제를 불러 모아 판매량 역시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모델은 2000년도에 MK2 버전으로 한 차례 진화한 뒤, 2004년에 대망의 레퍼런스 3로 탈바꿈하게 된다.

        전면 패널을 보면 전통적인 오디오리서치의 디자인에 현대적인 메스를 가한 것으로 보면 좋겠다. 즉, 양쪽 사이드에 붙은 손잡이라던가 하얀색 패널은 그대로지만,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디스플레이 창은 보기에도 압도적이고, 특히 볼륨을 표시하는 숫자 표시는 필자와 같은 근시도 안경을 벗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이렇게 강력하게 자기 존재를 어필하는 프리앰프가 최근에 또 있었던가? 여기에 밸런스드/싱글 엔디드, 뮤트, 모노, 위상 등의 정보도 함께 표기되어 있어서 사용상의 편리함을 더하고 있다.

        또 양쪽의 노브를 보면, 두툼한 양감이 만지기에도 적당하며. 촉감도 괜찮다. 꼭 리모컨을 쓰지 않고 직접 조작해도 만족스러운 느낌을 전해준다. 하나는 볼륨, 하나는 셀렉터. 게다가 리모컨을 보면 프리앰프에 동원된 진공관들의 사용 시간까지 알려줘서 적당한 시기에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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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내부를 보면 클래스 A 방식의 설계이면서, 제로 피드백 방식으로 최대한 음질상의 배려를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4개의 6H30P가 동원되고 있는데, 이른바 트윈 트라이오드 방식이라고 해서 채널당 2개씩 쓰이고 있는 것이 본기의 독자적인 설계 방침이라 하겠다. 재미있는 것은 정전류에 J-FET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의 진공관 앰프들이 정류관을 사용하는 것과는 대비되어 흥미를 끈다. 이것은 VTL과 같은 진공관 메이커도 채용하는 방식이어서 요즘의 유행이 아닐까 추측해보기도 한다. 반면 파워 서플라이 부분에는 6550C와 6H30P가 각각 1개씩 사용하고 있는 점도 재미있다. 이렇게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제작된 파워 서플라이는 전작에 비해 무려 50%나 에너지 저장 면에서 향상된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다이내믹 레인지의 재현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동사는 본 프리 앰프에서 0.2Hz~200kHz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을 확보했다고 자랑한다. 특히 200kHz는 전작이 60kHz에 머문(?) 것을 대폭 개량한 것으로, 그야말로 끝도 없이 고역이 치솟고 땅을 파듯 저역이 내려간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풀 진공관 방식보다는 적절하게 TR 소자를 사용하는 것이 스피드 면에서 유리하다고 보여지며, 대신 파워 서플라이 부분에 강한 전압을 걸어도 용이한 진공관을 채용하는 것은 음질상 장점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런 면에서 본기는 현대적인 소스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만반의 조치가 잘 되어 있는 설계가 아닐까 한다.

        파워 앰프를 보면 오디오리서치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력이 흥미를 끈다. 무려 4개의 출력으로 각기 다른 개성의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즉, 10/50/100/210 등 4개의 출력이 가능한데, 흥미로운 것은 그 각각의 소리가 틀려서 단정적으로 말하면 이 하나로 4개의 파워 앰프를 소유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W 출력으로 설정해서 음악을 듣는다고 하자. 3극관에서나 느낄 수 있는 투명함과 감미로움이 앞서면서도 이상하게 구동력도 별로 떨어지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반대로 똑같은 스피커를 210W로 설정해서 들으면 음의 성격이 일변해서 다이내믹 레인지가 늘고, 음상 표현이 농염해지면서 열기 또한 커진다. 그 변화가 극적이면서도 막상 어느 쪽이 낫다고 손을 들어주기가 묘하다. 그런 면에서 100W 정도의 출력을 설정하면 양자의 장점이 골고루 믹스된 느낌을 주니 혼란감은 더해만 간다. 참 재미있는 파워 앰프라 하겠다.

        그러므로 파워 앰프 전용의 리모컨이 있는 것도 당연하고, 그 기능이 다채로운 것도 어쩌면 필연적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리모컨으로 단순히 전원을 온/오프 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파워 앰프의 전면 패널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창의 밝기를 6단계로 조절한다거나, 각 튜브의 바이어스 조정을 실시한다거나, 출력을 설정한다거나, 사용 튜브의 사용 시간을 체크하는 등 사용자 측에서 사전에 숙지해야할 기능이 꽤 된다. 그런 면에서 이 파워를 사용하게 되면 그 높은 취미성에 이런저런 설정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될 것이다.


        본 파워 앰프는 크게 오디오 스테이지와 트랜스포머 부분 그리고 파워 서플라이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오디오 스테이지를 차지하는 출력관을 보면 채널당 무려 8개의 6550C가 동원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8개가 모두 출력단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실은 순수하게 출력단에는 6개가 쓰이고, 나머지 두 개는 기능이 다르다. 이것은 일종의 컨트롤을 위한 것으로, 6개의 출력관의 상태를 체크하고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본 파워 앰프의 바이어스 조정은 매우 쉬어서, 초보자라 해도 이 엄청난 진공관의 개수와 출력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 주요매뉴설명 -

        물론 여기에서도 입력단에는 J-FET가 쓰였고, 그것을 두 개의 6N1P가 이어서 드라이브 하고 있다. 한편 파워 서플라이에 동원된 물량 투입 또한 엄청나서 상급기 610T에 쓰인 커플링 캡이나 필름 캡 등이 쓰이고 있다. 그 결과 엄청난 다이내믹 레인지와 드라이빙 능력을 자랑하는데, 여기에 주파수 대역폭도 놀라워서 무려 0.5Hz~240kHz라는 스펙을 자랑한다. 인간의 가청 주파수 대역이 20kHz에 머문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지나친 과장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그 엄청난 사운드 스테이지와 빠른 응답 특성, 장르를 불문하는 투명도와 해상력 등에서 현대 하이엔드의 중요한 성과로 치부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빌 존슨이 오디오계에 뛰어든 것도 벌써 반세기를 훌쩍 지나갔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진공관 앰프 제작에 쌓은 노하우와 특허가 결집되어 본 세트에 이르고 있으니, 이미 이 소리의 영역은 마술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본기를 록포트 테크놀로지의 메락 2 + 세리탄 2의 콤비에 물려 여러 다양한 CDP를 걸어봤다. 그 리포트는 CDP 특집에 자세히 적혀 있으므로 시청평은 그것을 대신할까 한다. 언제 시간이 되면 더 다양한 스피커를 물려서 본 세트의 위력을 진단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끝맺기로 한다.

        - 이종학

        Reference 3 프리앰프
        입력단자
        밸런스, 언밸런스
        입력임피던스
        120k옴(밸런스), 300k옴
        재생주파수
        0.2Hz ~ 200kHz (-3dB)
        출력단자
        밸런스 x 2, 언밸런스 x 2
        밸런스컨트롤
        있음
        뮤팅
        있음
        사용진공관
        6H30 x 5, 6L6 x 1
        크기
        48 x 39.4 x 17.8cm (WDH)
        무게
        13.5kg
        Reference 210 모노파워앰프
        출력
        210W
        재생주파수
        0.5Hz ~ 240kHz (-3dB)
        출력단자
        4, 8, 16옴
        사용진공관
        페어 매칭된 MP 6550C 출력관 x 6
        패어 매칭된 6550C 드라이버관 x 2
        6N1P x 1 (게인스테이지, 레귤레이터 
        드라이버)
        6550C(레귤레이터) x 1
        크기
        48.3 x 22.2 x 49.5cm (WHD)
        무게
        33.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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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등록일
        2012-08-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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